논단 - 야학을 말한다
야학에 대한 소고
영어교사 박 용 화
“야, 네가 봉사활동을 할거라고?
봉사해서 밥이 나오니, 돈이 나오니?
응, 봉사 한다고 봉사(奉士) 대접 못 받는다.”
이 글을 보시는 야학선생님들 또는 야학 학생들은
제가 들은 말 아닐까 지례 짐작 하실지 모르겠지만,
실은 심지어 다시 주워 담을 생각조차 없이 제가 내뱉고 다니던 말입니다.
청동기 시대에 머물던 저의 철없던 멘트였죠.
개인에게 보다 큰 자유를!,
인류에게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제 석기시대 유물로서의 꿈은 2년에 2배씩 확대된다는
무어의 법칙과 정반대로 점점 쪼그라들어
이젠 구겨진 일기의 한 구절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지어 남이 쓴 일기의 구절처럼 말이죠!
하지만 아시잖아요? 이런 것들 우리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거.
그래서 함께하면 슬프지 않다는…….
내가 60억 인구 중 가장 슬픈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거든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는 ‘아임 유어 파더.’를,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마더.’를 말했죠.
비록 원작보다 뛰어난 리메이크는 없다지만,
터미네이터와 에일리언은 원보다 투인 것처럼,
우리의 꿈도 과거보다는 현재가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봅니다.
끊어질 법도 했던 요러한 믿음의 끈은
저를 결국 야학의 문 앞에 세웠습니다.
그래서 외쳤죠.
“열려라, 참깨.”
아이폰의 사과가 아닌 매킨토시 사과와 같은
야학의 첫 느낌은 딱 한 음절로 표현 할 수 있었습니다.
“응?”
꽤나 시대의 조류를 거스른 모습이었죠.
하지만 오히려 신선하고, 편하고, 안전하게 느꼈습니다.
요즘 시대가 어떤가요,
뭍에 가지 않아도 인터넷이 뱉어내는 정보의 홍수에
익사할 위험의 시대 아닌가요?
아녜요?
정말요?
무튼, 저는 I도 me를 소외 시키는 현시대에서
제가 잠시 머무를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아니었지만, Since 2011,
그 안에서 40인의 도둑(?)같은 야학선생님들과 만날 수 있었고
마치 천일야화의 이야기마냥 천일을 웃도는 시간동안
야학에서 웃고,
화내고,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잠시’를 망각한 채 어느덧 3년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네요.
그간의 경험은,
“제 말을 믿을 용기가 있다면 단언컨대,
야학은 제게 가장 완벽한 선물이었습니다.”
공부는 엉덩이가,
글은 손가락이 쓴다는 말이 떠올라
다시 한 번 곱씹어 봅니다만,
진심…….
진심이에요.
말이 나온 김에 이즈음에서 ‘special thanks to’ 시간을 갖는 것이
야학의 트렌드에 적절한 것 같은 생각입니다만,
“‘머릿속에 각별하게 각인 된 분’ 이외에도
새로운 삶의 그린라이트를 켜 준 야학의
‘모든 구성원 여러분들’ 또한 감사드립니다.”
라는 말로 대신 하고자 합니다.
미천한 실력으로 고스톱에서
“쓰리go!”는 외치지 못할지언정,
언젠가 야학에 원고 투고는 한 번 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오던 터,
글을 쓰니 사뭇 진지해집니다.
그렇습니다.
저 지금 진지합니다.
쿨링타임 요청합니다.
시 한 편 보고 가실게요.
<잠>
나는 30분 못자면
다음날이 너무 힘들고
10분 더 자려고
아침도 거르고
5분 더 자려고
난리를 치는데
너의 연락 기다리며
밤을 새고 있다.
<원한다면>
똑똑한 사람이 좋다고 하세요.
공부 열심히 할게요.
몸 좋은 사람이 좋다고 하세요.
운동 열심히 할게요.
돈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세요.
안 쓰고 열심히 모을게요.
잘 생긴 사람이 좋다고 하세요.
성형이라도 할게요.
근데,
키 큰 사람이 좋다고 하지 마요.
다 컸어요.
<친구야>
너는 나와 같은 년도에
태어나고
너는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너는 나와 같은 추억을
가졌건만
왜
니만 연애 하냐?
" 인터넷 시인"
“사랑은 소나기처럼 온다.”
영영, 쉽사리 사람의 목소리로 듣기 힘든 이 말을
야학에서 듣게 되었을 때
악당에게도,
영웅에게도
비는 똑같이 그들의 어깨를 적시듯,
저의 어깨에도 시원한 빗방울이 스며들었습니다.
모래시계 허리춤에 모여드는 모래알처럼
야학에서의 추억 조각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여러분들의 장마전선도 여러분들의 어깨 위로 내려앉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낯선 이방인으로 마주했던 우리들이 이 글을 읽고 쓰는 지금,
서로의 삶과 삶의 교차로 위에 서 있음을 느낀다면 우린 남이 아닙니다.
그러니 어서!
야학에서 서로의 임들과 좋은 추억 만들어 보세요.
혹시,
소외된 자여!,
파안대소 할 일 없다고 슬퍼 할 필요 없습니다.
최고의 미소는 모나리자의 ‘씨익’이거든요.
이제 곧 2014년의 소나기도 다가오네요.
설렘 한 가득 안고, 소나기가 부릅니다.
“모두모두 사랑하세요. ♬” ♧
▷ 너의 연락 기다리며 밤을 새고 있다<‘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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