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심은 사과나무
중 39회 장 사 일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오곡이 무르익는 어느 가을날이다.
서울에서도 양재동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돌아가는 길목에
서울시에서 사과나무 50여 그루를 심어서
가을철이 되면 사과나무 가지에 열린 사과가
오색찬란하게 물들어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표지판에 예산사과 그림이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옛날 같으면 생각조차 못할 일이 아닌가싶다.
능금하면 대구하던 말이 옛말처럼 되어버린 현실,
심은 지 6~7년은 된 것 같다.
수십 그루에서 아름다움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가지가지마다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풍경이
말로써 표현하기가 한마디로 장관을 이뤘다.
혼자보기 아깝도록 한 폭의 그림이 아닌
실물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래, 나도 사과나무를 한 그루라도 마당에 심어보자."
순식간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그 사과 묘목나무를 어떻게 구입하느냐가 문제였다.
수소문 끝에 종로5가에 가면 살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종로5가 종묘묘목상정에서 1년생 묘목 2그루를
2만원을 주고 사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왔다.
그날이 바로 2013년 3월 17일
난생 처음 사과나무 두 그루를 정성들여 심고
나뭇가지에 조그마한 아크릴에 3월 17일 써서 매달아 놓았다.
가끔 물을 주면서 나무의 곁에서 지켜본 지
20일 만에 움이 트기시작해서 잎이 크고
나뭇가지가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가고
한 해 동안 제법 많이 성장했다.
여름 가고 풍성한 가을이 접어들면 나무도
단풍 예쁜 잎으로 단장할 줄 알았는데,
물들지 않고 그대로 말라 떨어지는 보잘 것 없는
초라한 모습이 나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그러나 엄동설한 눈보라 휘날리는 차디찬 겨울,
나무의 몸통과 뿌리가 추위에 떨까 걱정이 되어
보온을 위해 내 옷으로 나무를 감싸주었다.
세찬 눈보라와 싸워 이겨 살아야 한다고,
나의 마음은 항상 가슴 졸이며 나무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 겨울을 묵묵히 이겨내
드디어 세상구경을 하려 예쁜 옷으로 꾸미며 살아났다.
나를 미소 짓게 한 사과나무,
아름답게 오늘도 무럭무럭 잘 자라주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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