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마
석 준 애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딸이 내 등 뒤에서 꼬옥 끌어안으며 “엄마”하고 부른다.
순간 가슴이 짠하게 눈물이 핑 돌고 있다.
“엄마!” 참 낯설다. 낯 설은 이름이다. 그래, 내가 엄마였구나.’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는 참 좋겠다. “엄마”하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딸아이에게 친구 같은 엄마이고 싶었다.
딸아이가 외로워할 때 항상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었다.
딸아이와 여행을 자주 하는 편이다.
지리산에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딸아이와 둘이서 지리산 숲 속을 걷고 있을 때,
“얘, 뱀 나오겠다.”
라고 말을 했더니 딸이 그런다.
“엄마, 그럼 뱀이 나왔을 때, 도망가는 훈련을 하자.”
라고 한다.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어떻게 하는데?”
했더니 내 손목을 붙잡고
“자, 지금부터 뱀이 나오면 구불구불 뛰는 거야.”
이렇게 즐기면서 우리는 깊은 산속에서 둘이 그렇게 구불구불 뛰는 연습을 했다.
뒤에서 젊은 청년들이
“아가씨들!”
하고 우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나를 딸애의 언니쯤으로 착각한 것 같다.
그리고 딸애를 아가씨로 볼만큼 많이 자랐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나의 딸이 다 자라서 언젠가는 자기의 가정을 이룰 것이고,
저와 똑 같이 닮은 딸을 낳겠지.
그때 딸아이는 자기 딸을 바라보며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과연 나의 엄마를 어떤 엄마라고 추억 해줄 것인가? 생각에 젖어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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