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개무량 경산
손 만 득
새벽 6시30분.
내 고향 경산초등학교 1회 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산 밤가시마을을 출발 영등포역을 향하여 몸을 실었다.
고향이라면 언제나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갈 때마다 어머니 품안으로 드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에 없이 기분이 우울하다.
얼마 전에 동생이 폐암이란 소식을 들었고,
그 다음날엔가 동기 김임수가 세상을 작별했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젊은 때는 한없이 행복한 마음에 높은 꿈으로 부풀어 살았다.
서울 살면서 가끔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엘 가곤 했었는데
이제는 70을 바라보니 친구와 형제, 많은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
천안에서 서울 동기와 경산동기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얼굴을 비비다가 먼저 간 동기를 생각해내고는 서로 잡고 울기도 했다.
인생, 한번 나면 가는 것이 정한 이치지만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허무하다. 인생이란 이런 것일까?
반가움 속에 점심을 먹고 노래방으로 가서 목청을 높이며 놀기도 하고
자네 한잔, 내 한잔 부어라 마셔라 시간을 보내다
독립문을 지나 박물관으로 버스를 돌렸다.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가 먼저 눈에 띄었다.
반가웠다. 역사시간에 배웠기 때문이다.
“아, 신석기 빗살무늬토기다.”
하고 외쳤다. 옆에 친구가 듣고는
“저기 기록이 되어있네.”
한다. 나는 기록을 보지 않고 유물의 형태만 보고도 알았다. 배움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 옆에는 청동기시대의 민무늬토기가 있다.
옛날에도 두 번이나 왔지만, 그때마다 지나쳐 보거나
안내문을 읽어도 깊게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말이다.
차는 고향으로 달려갔다.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조용히 이야기도 하면서 목적지 이화파크에 다다랐다.
친구 정인순 사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의 어머님도 함께 서로 그리던 회포를 풀고
오순도순 이야기 해가며 웃음꽃을 피우느라 날을 새다시피 하였다.
바깥을 보니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 울긋불긋 사람의 마음을 잡는다.
들에는 나무, 그 아랜 쑥이다, 개울물에는
미나리가 연록으로 반짝이며 바람에 나부끼는 것이 어디 비할 데 없이 보기 좋다.
우리 네 명은 손으로 뜯고 칼로 베어내어 한보따리 무겁도록 만들었다.
3천 평 되는 대지가 모두 이화파크다.
점심이 되자 서울에서 차가 한 대 들어왔다.
숭어회가 유명하다는 소식을 듣고 42명이 들이닥친 것이다.
우리 일행은 팔을 걷어붙이고 부엌으로 가서 일을 도왔다.
남자 동기는 음식을 날라주기도 하고, 여자 셋은 부엌일을 맡았다.
일을 마치고 식탁에 둘러앉아 우리도 숭어회를 먹고 있으니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 우리 먹는 걸 보고
자기들 먹었던 회보다 더 색깔이 곱다고 한다.
똑같은 색인데 붉은 색이 더 선명했던 모양이다.
그곳서 대접을 잘 받고 오후 4시 일행은 서울로 올라가고
나는 경산으로 갔다. 내 고향 경산은 개발지역이다.
갈 때마다 달라 보였다.
없던 아파트가 우뚝우뚝 솟아있고 계속 지어댄다.
시장도 새로 생기고 점차 넓어져서 사람들로 들끓는다.
차에서 내려 조금 걷자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한다.
고향이 이렇게 좋을 줄이야.
저녁 7시쯤 동생 집에 도착했다.
폐암선고를 받은 동생, 눈물이 앞선다.
하지만 참고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이 될지, 또 만날지 동생과 하루 밤을 보내고 올라 올 때 동생 손을 꼭 잡고 울었다.
“건강관리 잘 해서 또 만나자!”
고 약속을 하고 다음 일정에 따라 ‘개나리’ 계모임에 갔다.
장소를 몰라 동생댁 올케가 따라와 가르쳐주고 갔다.
헤어질 때도 또 손잡고 울었다.
장소에 가니 밖에 계원이 마중 나와 있다. 모두들 와 있다며 늦게 왔다고 원망한다.
자리에 앉아 계원들이 들려주는 고향소식을 들었다.
역시 누구는 언제 죽었고, 누구도 어제 장사지냈다고 하여 기분이 몹시 우울하였다.
찹찹한 마음을 한 채 세 시차를 타고 서울로 달려
상록학교에 오니 이미 1교시 끝나고 2교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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