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 마
임 화 순
2005년 7월 11일 아침 6시쯤,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다급한 언니의 목소리, “엄마가 돌아가셨단다.” 라고 전한다.
나는 너무나 기가 막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마루에서 왔다갔다 서성대고 있을 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76세에도 병환으로 자리에 한번 누워보지 않았고,
병원도 모를 정도로 건강하셨다.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엄마는 오래 사실 것이라고 평소에 이야기 하곤 했었다.
이렇게 일찍 돌아가실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한번 해본 일이 없는데,
갑자기 이 세상을 등지고 먼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무엇이 그리 바쁘시다고 그렇게 빨리 가셨는지
너무 한스럽고 허망하고 어느 한구석이 텅 빈 것같이 마음이 아프고 저려온다.
조금만 더 사시다가 하루라도 몸져누워
자식들 한 자리에 모아놓고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라도 하고 떠나시지.
돌아가실 때, 자식들 눈에 밟혀 어떻게 눈을 감고 떠나셨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고생시킬까
반찬이고 먹을 것을 골고루 만들어 냉장고에 가득가득 채워놓고
돌아가실 것을 준비라도 해놓은 듯 했다.
그리고 장례식날은 장마철 여름 날씨가 어쩌면 그렇게 좋은지
첫날은 자식들의 슬픈 마음을 헤아리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튿날은 뜨거운 땡볕더위였다.
발인하는 삼일 되는 날은 구름이 끼고 바람까지 불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로 평소에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쌓아놓은 덕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형제들은 산에 엄마를 모셔놓고 아쉬운 발걸음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저녁밥을 먹고 우리는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했는데 서러움이 복받쳐 서로 한없이 울고 또 울었다.
아침에 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생각해보니
부모는 자식들이 효도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실감났다.
이제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살아계실 때 휴가 때면 해마다 자식들 모여 놓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시고 재미있게 놀게 하시기도 했다.
나도 우리 자식들이 결혼하면 엄마처럼 그렇게 해주어야 겠다.
엄마!
저 세상에서 편안히 계세요!
불효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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