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낚는 낚시터
고등학교 총동문회장
김 홍 수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추억을 회상하게 되고,
그 시절의 아련함을 그리워합니다.
어느덧 사십 줄에 서 버린 지금, 제 나이는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낯선 숫자일 뿐이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만은 이팔청춘입니다.
사실 지금 많은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저에게 가장 화려했던 꽃 같은 시절은
스무 살의 청년시절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스무 살 그 시절에 저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있었던가 떠오릅니다.
퀴퀴한 지하실 냄새, 비만 오면
물이 스며들어 바지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물을 퍼내던 휘경동의 배움터,
그곳은 제 꿈을 이루기 위해 꿈을 낚는 낚시터이자.
고단한 마음을 쉬게 해준 쉼터였습니다.
하루 종일 인쇄공장의 독한 잉크냄새와 약품냄새에 찌든 몸을 이끌고
저는 반갑게 맞아주는, 비슷비슷한 처지의 친구,
나이 많은 형님들과 혹은 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토론하며,
수업이 끝나면 소주도 한잔 기울이며 인생을 배워나갔습니다.
그 시절이 어느덧 20년이나 지나 버렸고,
절실하기만 했던 그 시절의 꿈은 점점 퇴색해버렸습니다.
그러나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 때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 맺은 인연은
지금도 끈끈한 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제 생의 동반자를 만난 곳도 상록이었던 것을 보면
제가 상록에서 얻은 것은 너무나 값진 것인데, 여전히
생활에 쫓기는 소시민이어서 마음만큼 돌려주는 삶을 살고 있진 못합니다.
지금까지 상록을 거쳐 간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나름대로
소중한 경험과 인연들을 간직하고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또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꿈을 가지고 찾아오는 상록!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꿈을 낚는 낚시터가 되어주길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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