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의 역사를 돌아보며
고 광 웅
- 이어서 계속 -
이밖에도
현재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안은
졸업생들에 대한 'After-service'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졸업생이 상록학교와 연락이 닿는 가장 주요한 수단은
재학 시절 담임이나 개별적인 친분을 쌓은 교사들을 통해서일 텐데,
이러한 방편에 그치지 말고 상록학교로 졸업생들을
꾸준히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졸업생 중 일부는 상록학교에 대한 향수가 상당히 강하고
틈틈이 발걸음을 할 수 있음에도
우리가 이러한 요구에 미흡한 것이 아닐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상록학교가 보다 다양한 교육 컨텐츠를 준비하고
생활학교화 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장이 되는 구상을 하는데,
이러한 계획을 통해 가장 크게 끌어안을 수 있는
교육의 수혜자는 당연히 상록학교 졸업생이다.
변화된 지금의 시대 상황에서 졸업생을 폭넓게 재수용하며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상록학교가 참교육의 이념을 쉽게 간과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에도 꾸준히 현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젠 상록학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인데,
상록학교의 미래를 피워낼 꽃씨는
이미 우리의 가슴 속과 야학 도처에 뿌리 내리고 있다.
즉, 밝고 희망찬 미래는 우리 스스로 지난 시절의 과오를 바로 잡고
현재의 모습을 냉철히 고뇌함으로써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부분이고,
상록학교 내에서 우리가 행하고 있는 활동이
바로 상록학교 미래의 초석이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에서 가르치는 주체의 가치 중립을 기대할 수 없다는 명제는
교사가 성인(聖人)이 아닌 한 정확한 가치 중립이 이뤄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비론에 빠져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하게 대립하는 현안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미래를 맞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고민들이
교사들의 진정한 가치관으로 정립된 후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의 가슴 속에 전달되게 된다.
예를 들어, 검시 야학, 노동 야학, 생활 야학,
이 안에서 내 존재를 어떻게 정립시키는가에 따라
우리의 사유가 결정되며, 이것이 교육의 장인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스스로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하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한 우리가
이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점차 고령화 되어가는 학생들과
차차 감소할지 모르는 상록학교의 수요자 문제 또한
우리의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한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야학을 법적으로 실체화 시키고자 하는 고민도 상록학교의 미래를 가늠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상록학교의 미래를 점쳐보는 것은
어쩌면 현재의 고민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상록학교에서 현재 행하는 교육의 모습이
학생들에게 '이것이 상록학교'라고 규정짓는 행위이며,
지금 우리가 상록학교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꾸준히 누적되어 상록학교의 희망찬 미래라는 거대한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록학교의 나이를 단순한 숫자 개념을 넘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지금 우리 모두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자랑스런 과거와 무한한 미래를 잇는
튼튼한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함이 바로 우리의 과제인 셈이다.
오랜 시간 상록 학교를 지켜온 사람들과
새로운 패기와 의욕을 갖춘 신입 교사들이 융화되고
조화를 이뤄 상승 효과를 배가하는 일은 상록학교가
참교육의 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가능하다.
지나치게 상록학교의 특수성을 강조하거나
제도권 교육기관 혹은 학원을 모방하는 수준에서 멈춘다면
다양한 색깔을 가진 학생들과 교사들이 오히려 적절한 위치를 찾지 못해 방황하게 된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맥은 아름답고, 바람이 거셀수록 파도는 아름답다'는 시의 구절처럼,
상록학교가 계속되는 도전과 격랑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면
보다 성숙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 상록학교가 꿋꿋이 서 있는 동안
한결 같은 마음과 열정으로 상록학교를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그 땀과 열정이 주위에 숨쉬고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젠 상록학교 개교 30주년을 맞아
오늘보다 희망차고 나은 내일을 위하여 우리 모두가 힘차게 노력해야 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아래의 시를 가슴에 품고 상록학교 미래를 맞이하고 싶다.
산맥과 파도
도 종 환
능선이 험할수록 산맥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수록
산맥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겨울 꽃 터져 오르는 박수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저 산맥 저 산맥
모질고 험했던 당신 삶의 능선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맥으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거친 바위 만날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세찬 바람 등에 몰아칠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부서진다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 터져 오르는 박수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은 저 바다 저 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산맥이여
파도여
우리들의 삶이여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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