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가운 참여 젊게 서는 상록
박 용 준
3월 하늘 저만치 푸르게 지나는 바람이
가슴가득 서늘한 호흡을 시원스레 머금도록 합니다.
욕심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에도 행복이 차오릅니다.
제가 지금은 교사의 자리에서 부족하나마
여러분들의 동료로 함께 서 있지만
불과 십몇 년 전만 해도 학생의 신분이었습니다.
애병아리로 상록을 시작하던 89년,
상록은 저에게 아련히 피어나는 아침무지개였습니다.
야학물로 목을 축이기 시작한 것이 벌써 27년째입니다.
아스라한 노정(路程) 속에 상록에서 얻은 지식은
제 마음을 푸르게 달구어 지혜의 구술로 단련해줬습니다.
참으로 벅차오르는 감동을 맛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때 30이던 저는 70명 중 네 번째로 나이가 많았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10대에서 20대 어린 관계로
가르치던 교사들의 나이와 비슷하거나 어렸습니다.
교사들은 이런 학생들의 친구가 되고, 인생의 반려자로서
곁가지로 가지 않고 바로 가도록 지도하고,
마음상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상록의 천사였습니다.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더불어 상록학교 학생들의 연령대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인제는 50대의 아주머니 학생에서 70대의 할머님 학생 등
60~70년대 배움의 대열에서 함께 서지 못했던 분들에게
늦었지만 학교는 아름다운 야행(夜行)의 장이 되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상록학교 토대는 단단해지고,
학생들의 마음에는 푸른 나무 연록의 잎이 피어납니다.
더불어 함께하고자 참여하고 지도하시는 교사님들의 의연한 정신은
아침이슬이 되고, 떠오르는 태양처럼 눈부시기만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들 같은 교사들에게 그저 민망해하고, 무엇하나라도 손에 쥐어주고
인사라도 깍듯이 해야 되는 듯 안절부절못합니다.
본인들의 뒤늦은 공부가 큰 죄라도 되는 것처럼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눈치 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 교사들도 프로정신으로 교사답게,
아니 그 이상으로 정성스럽게 활동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학생들의 시간을 존중해드려야 합니다.
학생들의 마음에는 오직 배워야 한다는 각오만큼이나
수업시간에 대한 강한 애정이 깊습니다.
잠시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영어단어다,
수학문제다 손에서 놓을 줄을 모릅니다.
또한 집에서 편안한 하루를 정리하고 손자들의 애교를 바라보며
편안함을 즐겨야할 시간임에도 달려오셨으니 오죽 소중한 시간이겠습니까?
이를 잊고 우리 교사들은 갑자기 개인의 볼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빠지거나, 늦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합니다.
수업에 1분의 시간만을 늦었다고 쳐도 학생들에게는 수많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교사 개인의 시간 1분하고 수많은 학생들의 시간 1분하고 바꿀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기왕 가르치는 수업에 있어서 교사는 충분히 준비하고 연습한 후에
교실에서 학생들과 마주해야 할 것입니다.
노련한 수업을 함으로서 학생들이 흡족할 수 있도록 교사는 노력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학생들도 교사들의 숭고한 수고와 그 정신을 외면하면 안 됩니다.
우리 교사들도 집에 들어서면 부모들의 귀여운 자식이요,
사회에는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한창 공부하는 열혈지성 학생이거나 직장인으로
동료들과 훈훈한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분들이라는 것을 인정합시다.
이에 학생들도 가급적이면 개별적인 욕심보다는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이 되도록 노력해주시면 더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반의 화합을 위해 옆 친구들과 마음을 맞춘다든가,
수업시간에 가급적 전화를 꺼둔다거나,
꼭 필요하면 문자메세지로 연락하거나, 전화가 올 예정이라면
수업교실에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전화를 받는 예절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수를 위해서 내 개인적 행동은
가급적 접어두거나 다른 장소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해서
전체의 수업에 주름이 가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교사, 학생, 새내기교사 모두가 상록이라는 울타리를 엮읍시다.
자라는 나무에 새잎 계속 피어나 잎이 무성해지고
열매 주렁주렁 맺으라고 서로 힘찬 노력과 격려를 보냅시다.
우리 교사들의 노력 하나하나, 학생들의 수고 하나하나가
우리 학교의 중심을 이루는 요소가 되고,
이 사회를 지탱하는 뼈와 살이 될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 함께 푸른 상록향기 구름처럼 여유롭게,
바람처럼 자유롭게 골고루 나눌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의 달가운 참여 속에 상록은 젊어지게 될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에 배려의 공간을 펼치고 누구나 그 안에
흥겨운 수업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함께 노력해주길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 고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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