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교사로서 바라보는 상록학교(常綠學校) 1
이 장 춘(李長春)
열정과 낭만, 전철소리가 어우러지는 야학
나이 드신 분들이 생각하는 야학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야학의 모습과 많이 다를 수 있다.
검은 옷이나 흰 블라우스에 맑고 똘똘하게 보이는 학생,
얼굴에 시커먼 연탄이 묻어 있거나 나이가 지긋한 학생
또는 삐걱거리는 판자 교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해 상록야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평균 나이가
40대 후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80～90% 이상이 여자이고, 이십 내지 삼십대는 그렇게 많지 않다.
학생 중에는 70이 넘으신 분도 있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밤엔 지친 몸을 이끌고 오시는 분도 있다.
그야말로 상록야학은 열정이 넘치는 곳이다.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봉사하는 야학 교사들의 정열과 희생정신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이다.
학생들의 사는 정도는 다소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배우고 가르치는데 있어 차별 없는 곳이 상록야학이다.
검정고시를 통하여 대학교에 진학하시는 분도 있다.
이 곳에서 나름대로의 체계화된 전인교육은
학생들의 삶을 넉넉하게 해주는 것 같다.
교사와 학생 간, 또는 교사 간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
천생연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하지 않게 있다.
밤 10시 반이 지나 5교시가 시작되면, 서로서로 배우는 것도 많다.
막걸리에 개똥철학을 안주 삼아 술술 삶의 이야기를 마시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너무 마시는 학생교사들이 가끔 있어서 탈이지만…….
하여튼, 회기 전철역 바로 옆의 상록야학은
열정과 낭만, 전철소리가 어우러지는 그런 곳이다.
만남․선택의 연속과 희소성
우리의 일상은 경제생활로 이루어진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하여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분배하고
이를 소비하는 모든 활동이 경제활동이다.
우리가 살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의복․음식․주거, 의료, 교통 등의
모든 것을 어느 개인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생산한 것을 돈 주고 사서 필요에 따라 쓰고 있다.
우리들이 필요한 것을 구입하려면 수입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돈 많이 벌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버둥을 친다.
직장도 다니고, 사업도 한다.
물건들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그걸 파는 사람도 있다.
공무원도 있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천차만별의 직업을 갖고 생활해나간다.
우리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서로 일정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사람과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또, 우리의 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의 끝없는 욕망을
다 채워줄 수 있는 자원이 너무나 모자라기 때문이다.
욕구에 비해 자원이 모자란 것을 '희소(稀少)'라는 낱말로 표현한다.
그래서 특별한 재능 있는 사람이 대접받게 된다.
최근, 영국 프로축구리그 맨유와 토튼햄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박지성, 이영표선수의 희소성이 주목받고 있다.
주목받는 이유는 두 발을 잘 쓰면서도 지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몸 값 또한 적당하고, 현지적응을 잘 하고 있다.
게다가, 예의도 바르기 때문이다. 누가 싫어하겠는가?
기회비용과 야학에 대한 합리적 선택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걸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포기하는 것 중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것의 평가액을 경제학에서는
'기회비용(機會費用)'이라 한다.
그러므로 기회비용보다 우리가 선택한 편익이 늘 높아야 한다.
사람들이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머뭇거리고 어려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택했을 때의 편익이 기회비용보다 적으면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예를 들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한다.
고르고 고른 끝에 한 사람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천생연분이라며 맞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을 선택한 것보다 현재의 배우자를 선택한 것이
여러분께서는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시는지?
최소비용을 투자하여 최대의 편익을 얻는 것이.
합리적 선택(合理的 選擇)이므로 같은 돈이면
편익이 크도록 선택을 잘 해야 한다.
같은 돈이면 편익이 크도록, 같은 편익이라면
돈이 적게 들어가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어쨌든 최소비용을 투자하여 최대이익을 얻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쩌면, 우리는 합리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심 메뉴는?
대학은？
배우자는?
직업은？
어떻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늘 고민을 해야만 한다.
선택할 때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선택자체를 갖고 갈등을 많이 겪기도 한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래서 하나하나 선택을 잘해야 한다.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마음이 풍요롭고, 삶에 윤기가 흐를 것이다.
학생들이 야학을 선택한 것은 매우 잘한 것이다.
저를 포함하여, 상록야학에서 교사로서의 활동을 택한
다른 선생님들도 정말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봉사라고 하는 뜻 외에도,
여기 상록학교를 통해서 나름대로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무지막지하게 결혼도 미루고
20년 이상 봉사하시는 선생님이 두 분 계신데
이 자리를 통해 야학의 이름으로 엄중 경고한다.
미혼 학생이나 다른 교사들도 병술(丙戌)년에는
좋은 짝 좀 찾기를 진심으로 기원 드린다.
건강하고, 돈 많이 버세요. 공부도 잘 하시고…….
- 계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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