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서곡(序曲)
박 용 준
여문 들녘의 무거운 머릿결에 걸터앉아
조롱 대는 참새, 멧새, 비둘기
화난 허수아비 긴 줄 흔들어 대면
가을 들판은 우쭐우쭐 덩달아 어깨 짓
노을빛에 걸터앉은 마지막 햇살이 지날스럽다.
차고 넘쳐 휘몰아치기보다
고인데 없이 거르지 않고 흐르는 눈구름 되고 싶어라.
바람에 불려 다니며 지쳐 봉우리 위 걸렸다 해도
낮게 내려와 세상사 아궁이에 온기 지피는 구름
땅거미를 밀어내고 경영하던 하루의 끝
먹물 같은 칠흙 속에
뼈를 파고들던 지표 재로의 찬 서리도
감싸 이겨내는 푸른 새벽이 되어
막아서지 못하고 무녀리 되지 말고
한번 만이라도, 어떠한 경우라도
덮어주고 이겨내자.
매만져 살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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