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던 날
김 향 옥
한가한 구름이 하늘 높이 떠있다.
무료함에 잠시 하품을 하다가 갑자기 모양을 내고 싶어서
분바르고 보석함에서 팔찌와 반지를 꺼내 끼었다.
옷을 꺼내려니 옷장이 가득하다.
사계절에 맞추어 옷을 준비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가지 수가 늘었다.
그 중에서 제일 예쁜 옷으로 골라 입고
요리조리 거울을 들여다봐도
눈가에 잡히기 시작한 잔주름만 두드러지게 보일 뿐이다.
맵시 없는 몸매를 내려다보면서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한숨소리에 비애를 느낀다.
이런 일상에 젖어 지내고 있었다.
이렇게 삶에 무게에 조금씩 지쳐갈 때쯤
공부라는 이름의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늘 그렇듯이
초등학교 졸업장도 검정고시로 대신한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귀엽고 예쁜 첫 아들을 처음 만났던 때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한발 한발 공부라는 새로운 친구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친할 수 있는 과목친구가 있었는가 하면,
무던히 노력해도 곁을 내어주는데 엄청 인색한 과목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아옹다옹 사 년을 함께 하는 동안
미운정도 정이라고 이제는
모든 과목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이 길목이
학생으로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먼 훗날 떠올려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밤늦도록 나의 일상을 함박눈처럼 포근한 마음으로 갈무리해본다.
상록학교 교우님들!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어려움 속에서 공부하는 우리들이니만큼
더 많은 지식을 얻어 가시기를 소망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또 다른 시작을 할 때,
이곳에서 얻어간 지식이 우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확신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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