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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문 들녘에 정 묻으며 - (426)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5-07-10 08:44
조회수: 2820 / 추천수: 590

       여문 들녘에 정 묻으며
                         국어교사   박 용 준

여물어 고개 숙인 들녘의 초입에 걸터앉아
까불어 대는 참새 멧새 비둘기 친구하면
샘난 허수아비 긴 줄 흔들어 대고
가을 들녘은 우쭐우쭐 덩달아 어깨 짓에
저녁노을 벌겋게 그려내는 햇살이 다정스럽다.

차고 넘치게 먹구름 휘몰아치기보다
고인데 없이 거르지 않고
흐르는 흰 구름 친구하고
저 바람소리에 불려 나다니다 지쳐
산봉우리 위 걸린다 해도
낮게 내려와 세상사 아궁이에
온기 지피는 열구름과 짝하는 들녘.

땅거미 스멀스멀 저녁을 알리면
들녘의 풍요 초롱불 방안에 들이고
경영하던 하루의 노고
먹물 같은 칠흑 속에 담가 삭이던
그 밤 사 싸안던 들녘

그 너른 가을 들녘은
다시 하얀 서릿발 깨워 일으키며
신 새벽의 푸르름이 되어
하루를 연다.

서리 뒤집어 쓴 들녘에
내 하얀 입김 호 불어내면
아침햇살 먼저알고 달려와 맞는다.
오늘도
어깨 나란히 보듬고 매만지며 덮어주는 들녘에
정 묻으러 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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