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수기
화장실 가는 시간도 쪼개고
중 27회 고19 졸업
인덕대학교 영어학과 김 명 희
상록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4년 전 상록에서 여러분들과 똑같이 입학해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됨 속에서
중간에 좌절함 없이 오직 공부 한 길로 걸어 왔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지쳐있었지만 대학진학이란 꿈으로 마음이 설렜고
진학을 결심하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학원을 시작했습니다.
밤낮으로 고행의 연속이었습니다.
피 말리는 시간이 지나고 대학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은 어찌 말로표현을 다 하겠습니까?
이렇게 공부는 했지만 막상 교지 편집부의 원고청탁을 받고 글을 쓰려고 하니 쑥스럽습니다.
그러나 늦깎이 공부에 열정을 쏟는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몇 자로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늘 배우고 싶은 마음 하늘같았지만 망설이며 살았습니다.
아이들 키우며 기회도 오지 않았고요.
마침내 상록을 알게 되었고, 자상한 남편이 용기를 주며 전적으로 도와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처음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설렘과 두려움으로 상록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입니다.
원하던 공부 재미도 있었고,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신기했습니다.
알 게 된 것은 두 번 세 번 되새겨 복습하고,
모르는 것은 교무실 선생님이나 집에 아이들에게 물어서 새로운 것을 머리속에 꼭꼭 집어넣었습니다.
중학과정은 별 어려움 없이 그럭저럭 보내고 영광스런 졸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꿈에도 그리던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아~나도 이제 고등학생이다!"라는 벅찬 환희가 가슴속에 뜨겁게 밀려들었습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내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 주경야독 항상 뛰어 다녔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헐레벌떡 뛰어갔는데, 가끔 과목선생님이 펑크 내실 때 속상하기도 했답니다.
시간이 너무 귀해서 최대한 활용해야하는데 실망스럽기도 해서 갈등이 될 때도 있었어요.
세월은 빨리도 가더군요.
중학교에서 느끼지 못했던 좀더 심도 있는 수업이 갈수록
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공부의 매력에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지요.
고등과정은 더 천천히 자세하게 배우고 싶은데 그럴수록 더 빠르게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제 실력도 살필 겸 8월시험에 다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고등학교 졸업학력인정 검정시험을 봤는데 겨우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욕심이 있던 저는
검시성적이 일부대학의 내신성적이 된다는 말에 다음해 4월 재시험을 봤습니다.
그러나 제가 노력한 것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
담임이셨던 최광호 선생님과 눈물을 펑펑 쏟은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왕 성적이 별로라면 차라리 4월에서 11월까지 수능공부를 해서 수능시험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상록학교에서 나머지 공부하다가 가을 졸업까지 기다렸다
수능은 그때부터 해도 되겠지만 집안사정이 그렇게 여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더구나 집에서 남편이 100% 그 이상 밀어주는 게 너무 고맙기도 하고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했기 때문입니다.
그간 4년이란 세월을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해준 남편 마음에 저는 감동할 뿐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어느 날 남편과 상의끝에 학원종합반에 등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교에서 여유 있고 재미있었던 공부가
학원에서는 수능 위주에 잘 따라하는 학생중심으로 진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눈이 팽팽 돌 지경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국어과목은 암기는 물론이고,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야 하고,
수학은 공통수학 가․나를 탄탄하게 해야 수학1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과 수업할 때는 재미있는데 혼자 문제를 풀려면 분명히 이해하고 외운 공식인데도 알송달송 했구요,
영어는 하루에 writing시험을 30~40개 이상 꼭 실시하고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근현대사, 윤리, 한국지리도 빼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습니다.
아침 6시에 기상, 가족 아침밥 해놓고, 점심 도시락 싸갖고 만원버스에 오릅니다.
곧바로 만원전철로 갈아타고 학원에서 7시간 공부하고 집에 가면 녹초가 됩니다.
그리고 저녁밥을 부랴부랴 먹고는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정도로 쪼개어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드디어 수능날은 다가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능준비 기간이 짧아서 제 욕심은 1년만 더하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남편에게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대학의 학과 선택도 쉽지 않더군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영어인데, 몇몇 사람들은
“왜 영어를 택하느냐? 사회복지과, 유아교육과 등 여러 가지 살펴봐라!”
등으로 권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생각으로 고민하다가 결국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상록가족 여러분!
우리의 좋은 시절을 잃어버렸고, 괴로움과 우울함에 젖어 젊음을 보냈었습니다.
이제는 암울했던 과거를 훌훌 던져 버리시고
새로운 마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내라고 감히 당부 드립니다.
지금이 아주 좋습니다.
상록이라는 인연의 끈을 꼭 잡으시고,
공부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견디어 내시면 여러분 모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는 공부에 후회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학교에서 시행하는 모든 행사에 100%참석 하는 것도 매우 중요 합니다.
지나고 보니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중하게 기억 되더군요.
끝으로 우리 상록학교
교장 선생님,
최대천 선생님을 비롯해 모든 선생님들,
새해에도 건강 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상록가족 여러분들도 건강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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