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한 알의 썩는 밀알이 되어 30년 -
소 남 순
지금까지 성이냐시오 야학에서 우리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말씀해주시는 대담 선생님은
백선호(국어) 선생님, 박준호(과학) 선생님 등이
두 시간 째 화장실도 못가고 설명에 전념을 다해 주신다.
상록에 있는 선생님들만 고마운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스럽다.
야학을 처음 설립한 분은 이기석(베드로) 수사님이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복음서12장24-25)”
라는 가르침으로 학교를 설립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수사님은 안 계시지만,
그동안 수사님의 뒤를 이어온 선생님들이 30명의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계시다.
성 이냐시오 야학은 책상이며 교무실 집기들이 비교적 새것으로 반듯하여 보기 좋았다.
특히 이 학교를 졸업한 선배님께서 모교에 돌아와 후배를 가르치며 봉사한다.
꽃꽂이 강의를 하시는데 나중에 우리 상록에 신입교사 야학탐방으로 찾아오시기도 하셨다.
학교가 아늑하다보니 학교라기보다 가정교사에게 배운다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학년제도가 1년에 모든 과정을 마친다는 데서는 조금 촉박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과목을 1년 내내 매일 들어도 다 못 배우는 것 같은데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검시에 맞추어 시험을 본다는 것은 힘이 많이 들 것이다.
이렇게 비교해볼 때 우리가 공부하는 상록야학은
이냐시오에 비해 다소 열악한 점도 있지만 수업제도만은 여러 모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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