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탐방
그 산이 거기에 있었다
부옇게 부서지는 깊은 가을의 햇살에
아침나절부터 나른해짐을 느끼며,
10월의 어느 날 아차산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무어 그리 즐거운지 시시콜콜한 장난을 치며 어린애마냥 키득거리다
산발치에 다다르자니 마음이 맑아진다.
가파른 언덕길 위에 소박하게 앉아 있는 그 산을 우리 일행은
초등학생이 소풍이라도 온 양 부산하게 올라본다.
반가운 소란
“처녀 구합니다.”
“장가들게 도와주세요.”
일일이 가을을 뽐내고 저마다 옷을 갈아입는 계절에
유난히 자부심이 센 어느 산 끝자락
키득키득 거리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무에 그리 즐거워
세상사 시름 다 털어버리고
삼삼오오 짝지어 참새 같은 재잘거림에
깊은 산 속 고즈넉했던 사찰의 분위기
잠자던 산새들의 투덜거림만 낳았네...
“즐거운가 보오.”
“행복해 보이는군요.”
평강과 온달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깃든
금방이라도 그들이 살아 돌아올 것 같은 유적
저마다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며 미소 짓는다.
되찾은 정적과 침묵이 한껏 아쉬워
가는 손들의 발길을 멈추고자
자신을 뽐내고, 맑은 노래를 들려주는 산천을 뒤로하고
반가운 소란을 선물했던 이들은
또다시 어딘가로 소란을 옮기려 하고 있다.
기자 : 유명자
- 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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