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득이 동남아 여행기3
손만득
점심을 먹고 밧탕방에서 시암리업으로 250리 밀림수로
동양의 최대 호수인 톤테삽 횡단 뱃길로 여섯 시간을 달리는데
호수 주변에는 통통배들이 즐비하다.
그 안에는 장작 밥솥이 보이고, 옆에는 잠자리 이불도 있다.
그 전부가 한 가정의 살림이란다.
하루는 여기, 이튿날은 저기. 가고 싶은 데로 가서 고기 잡으며 살아간단다.
바다 위에 집을 지어 여기저기 마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아이들은 황토물 속에서 목욕을 한다.
조금 지나가니 양쪽에 버드나무며
여러 나무가 숲을 이루며 있는 숲 속 나무를 헤치며 배는 달린다.
좁은 뱃길에 마주 오는 고기잡이배가 비켜가느라고 수풀을 헤쳐 가며 애를 쓴다.
그 배 위에는 젊은 부모와 아이들이 3~4명씩 있다. 다행이 고기를 많이 잡아온다.
여러 배가 지나가는 복잡한 수로를 지나 수 시간을 달리니
큰 바다 망망창해 바닷물결이 아름답게 출렁이고, 배는 계속 달린다.
멀고 가까이 보이는 푸른 나무들이 바다위에 연이어 많이 보인다.
목정배 교수님의 말씀이 ‘황량한 곳에 고기가 모여 살라고
인공적으로 심은 것이 저렇게 많이 퍼져나갔다’고 하신다.
두어 시간 달리다 보니 바다 위에 집이 이번에는 육지처럼
거창하고 웅장하게 큰 마을을 이루고 있다.
여기는 배도 큰 것뿐이고, 집도 크다. 좀 전에 본 것과는 판이 하게 다르다.
부자 동네인 뱃길 양쪽 마을이 계속 이어진다.
물 위에 사는 사람들을 수족민이라고 한단다.
그들 나라의 기가 세 개씩 달려 있는데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관공서인 것 같다. 웅장한 건물 옆에는 큰 배가 묶여 있고 사람들은 우리를 보고 손짓한다.
바닷물도 빨간색을 띈 물이다.
그 사람들은 푸른 물은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땅이 전부 황토여서.
넓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속이 시원한 것 같다.
배 갑판에서 천하를 보니 하늘과 바다뿐이다. 그렇게 6시간을 달리다 보니 저녁이 되었다.
바다에서 보이는 지는 해는 어찌 그렇게 고을수가 있을까?
육지에서 본 것보다 더욱 새빨간 해는 찬란하고 곱다.
모두들 저기 해를 보라고 야단이다.
모두 배 지붕위에 나와 본다.
저녁 7시쯤인가 해가 바다 속으로 떨어진다.
부두에 도달하니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어두컴컴한데 우리가 가는 데로 따라온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따라오더니 어른들은 처지고 애들만 오는데
불빛이 있는 곳에 오니 맨발로 옷도 입지 않고 있다.
다만 옷이라고는 보자기 같은 것을 배꼽에서 다리까지 걸치고 있다.
어른,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렇다.
날씨가 너무 덥다.
여섯 살가량 되어 보이는 아이가 ‘헬로!’하고 손을 입으로 대고 냠냠하고 손을 내민다.
먹을 것을 달라는 표현이다.
기가 막힌다.
옆에 일행이 과자 봉지를 꺼내어 나누어 주니,
난데없이 그 무리들 중에 애들이 수없이 달려와 와글와글, 주기도 전에 빼앗아 간다.
세 살부터열 다섯 살 까지 떨어진 과자 찾으려 앉아서
이리저리 찾아 더듬거리기도 하고 나누어 준 사람이 오히려 땀난다.
빼앗아 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움막 같은 길거리 집 전등불 아래
엄마품에 안긴 세 살짜리 여자아이가 손을 입에 대고 냠냠거리고는 손을 내민다.
애들도 배우는 것이 달라는 것만 배운다는 느낌이 든다.
주고 싶지만 가이드가 주지 말라고 부탁하기에 주기가 어렵다.
준 사람은 항상 가이드로부터 꾸중을 듣는다.
다른 외국인이 오면 그렇게 따라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잘 주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육이오를 겪으며 미국인들에게 손을 벌려 건빵을 얻어먹던 것을 상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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