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이야기 2
문학창작반 박 용 준
- 광대뼈노인이 청년을 힐끗 쳐다보고는 못 들은 척
검버섯노인과 다시 말을 이어간다.
술기운이 거나해지는지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거칠다.
“참 그래. 그 저 한번은 공원에 간 적이 있지.
이 지팡이를 이렇게 들고. 그런데 공원 안에 쉴 곳을 찾다가 보니
의자 위에 버젓이 조막뎅이만한 개~ 한 마리가 앉아있질 않겠나?
좀 가까이 가면 내려갈까 해서 험험 헛기침까지 하고 그래도 안 내려 가고
고개를 배때기에 처박구선 그대로 잖여.
그래서 내 이 지팡이로 그 버릇없는 개~ 등짝을 냅다 후려패서 쫓아내고 앉은 적도 있지."
이번엔 개를 후려 패는 동작이 청년께로 가는 바람에 하마터면 그 청년이 맞을 뻔 하였다.
“에이 더러워서, 늙은이들이 술 처먹었으면 조용이나 하지! 시끄럽게 굴고 난리야.”
청년은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야!”
광대뼈노인이 걸어가는 청년을 향해 눈을 부라리자 검버섯 노인이 말렸다.
“아서, 그만 둬. 왜 등산 가방에 가만히 들어 앉아있는 지팡이는 빼 가지고 그랴?
본래 여기 자리는 노약자뿐만 아니라 장애자석이 아닌가?
그러니 비록 젊더라도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이 좀 앉았기로 잘못된 것은 아니지.
당연한 걸 속 좁게 그러는구먼.
요즘 어디 경로를 가르치길 하나, 배우길 하나? 죄다 정신병이 들어있는 장애자들인걸.”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점박이 노인이 끼어들었다.
“왜 개~ 얘기 하다가 엉뚱한 정신병자 얘기 한다나?”
점박이노인이 장난스레 웃으며 검버섯의 배낭 옆구리에서 등산용 칼을 꺼내든다.
“사실 개잡는 데야 지팡이만 필요한가? 이 칼이 없으면 아무 일도 안 된단 말씀이야.”
이번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점박이노인 쪽으로 몰렸다.
“개를 잡아서 잘 그을려 다룰 때는 아무래도 이 등산용 칼이 최고야.
이놈저놈 알아보지 못하고 짖어대는 것이 개대가리거든.
그리고 개는 대갈통을 잘 다뤄야 제대로 하는 게여.
내가 젊어서 전방 근무 헐 때 동기 놈이 들개를 잡아서 한번 다루는 걸 보고 배웠지.
머리통을 토막 내어 잘라내지.
이렇게 목을 뒤집어 대갈통과 턱주가리를 중심으로 붙은 근육 사이를 갈라내고
아래 턱주둥아리를 분리하는 게지.
그리고 그 주둥이 안에 평소 잡스런 게 많이 끼었을 테니
철수세미로 빡빡 문질러 대서 더러운 때를 베껴내야 하는 법이지.”
점박이노인이 날이 서 좌우 시퍼런 칼날의 슴베를 엄지로 더듬어 보고,
다시 손등의 털을 밀어 대는 것이었다.
산에서 내려와 마신 술기운이 점점 더 해가는 모양이었다.
세 노인은 서로 무엇인가를 자랑스럽게 주워섬기며 개요리를 해대고 있었다.
마침내 경로석에 앉았던 젊은이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다른 칸으로 갔다.
아까부터 지켜보던 70 초로의 곱게 늙어 보이는 노인이
깊숙이 눌러 썼던 모자를 올려 쓰며 통쾌해 죽겠다는 듯 연신 싱긋싱긋 웃고 있었다.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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