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소설
행세를 좋아했던 어느 양반
소 점 순
지금부터 약 100여 년 전 꽃정이 마을 한쪽 외딴집에
양반이라고 늘 자칭하는 사람이 육 남매를 데리고 이사를 와 살게 되었다.
양반 이라면, 행실을 정갈하게 하고, 잡스런 일에는 손에 대지 않으며,
글이나 줄줄 읽는 선비여야 마땅하지만, 이사를 온 그는 글을 모르는 양반 아닌 양반이었다.
그러나 그의 부인 윤씨는 남편에 비해 한글이며, 한문도 잘 읽고 쓰는 유식한 사람이었다.
글이라는 것을 쓸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이 양반은 아내에게 그나마 읽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던 중이었다.
이렇게 배우고 익혀 가던 중 실력이 향상되어 이제는 달력정도는 볼 줄 알게 되었을 때는
세상을 다 얻는 것처럼 즐거워하게 되었다.
자식이 하나 둘 더 태어나고부터 윤씨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양식이 부족하여 자식들은 배를 곯았으며, 자신은 굶기를 끼니처럼 했고,
물로 배를 채우는 날이 계속 되었다.
하지만 양반이라는 남편은 논밭으로 나가 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헛기침으로 대꾸할 뿐이었다.
“구차하게 보이는 것은 점잖지 못한 일이다.” 로 일관할 뿐 이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한량처럼 의젓하게 보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인은 자식들이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이름이나 주소를 가르치고, 셈 공부를 시키며 남의 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아내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지켜보던 양반은 아내가 자기를 무시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부인의 관심을 얻을 겸 양반의 위신을 세워 보고자 연구 끝에 바람을 피우기로 작정했다.
이 양반은 평소 관심 있었던 여인을 노골적으로 만나고부터 윤씨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씨는 자신이야말로 친정아버지로부터 양반집 규수라는 자부심을 가진 터라 질투가 났어도 참았다.
더구나 이 양반은 한번 화가 나면 성격이 불같은 사람이기에 윤씨는 참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
참고 참아오던 어느 날 윤씨는 외박이 잦은 남편에게 따졌다.
“양반이면 이게 다입니까? 마누라나 자식들은 허구헌날 굶고 사는데…….
그까짓 양반 개나 물어가라 하세요.”
하며 대들었다.
“어디 여편네가 양반이 하는 일에 참견이냐?”
남편은 윤씨에게 폭력을 쓰기 시작했다.
한번 시작된 남편의 폭력은 습관처럼 잦아져서 부인이나 자식들을 슬프게 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을 항상 우울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 시름시름 마음의 병을 앓던 윤씨는
지켜보는 이 하나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양반은 뒤늦게 후회 했지만 양반이라는 체면을 지키려고 했으나,
윤씨 없는 양반 행세는 빛도 나지 않고 초라하기만 했다
‘양반이 무엇인가? 배고프고 힘든데도, 그 무에 중요한 거라고
체면만 세워가며 살아야만 했는가?’
살아보니 양반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위신 때문에 들어앉아 결국 먹을 것도 없고, 입을 것도 없게 만드는
양반의 행세는 딸린 가족만 힘들게 하고 배 고프고 병들게 할 뿐이었다.
- 끝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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