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산에 다녀와서
박 필 순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제일 먼저 천장산에 간다.
집에서 10분 거리이면 닿을 수 있는 곳, 한국예술대학을 끼고 있다.
이 곳엔 운동하는 곳이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코스는 예술대학교를 들어가기 전
왼쪽으로 평평한 길에 두 팔을 벌려야 안을 수 있는 소나무들이 들어차 있고,
둘렛길을 걷다보면 비둘기, 참새,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면서 걷는 어르신들께서
많은 코스다. 나는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이 코스를 걷는다.
두 번째 코스는 의릉을 지나 예술대학 정문을 울타리가 처져있는 곳이다.
들어가는 길목엔 은행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단풍나무들도 늘어서 있어 가을이 되면 매일 새로움에 감탄하고 아름다움에 멍하고 쳐다보다,
신비로움과 형형색색의 이파리들을 주어보며 형언할 수 없는 감탄사들을 연발한다.
울타리 쪽문을 지나 들어서면 상수리나무와 밤나무, 개나리, 진달래, 소나무 등…….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한 채 온 세상을 품어 안아주듯 우뚝우뚝 서 있다.
여기에는 운동기구가 약 15가지 이상은 있는 듯하다.
열 바퀴를 돌면 빠른 걸음으로 1시간은 걸린다.
근력운동을 하기 위해 운동기구 6가지를 이용한다.
항상 시간에 쫓기어 오곤 한다.
2년 전부터 매일 나에게 2시간을 투자하리라고 마음먹고 낮에 할 일이 많으면
새벽에라도 빼먹지 않고 돌려고 노력한다.
몸은 거짓말을 안하는 듯하다.
이렇게 나에게 두 시간씩 투자를 하니 정말 많이 가뿐해진 듯하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하여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어
운동하시는 분들을 쳐다보는 여유가 있었(생겼)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는 분,
입을 앙다물고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바삐 뛰다시피 걷는 분,
느릿느릿 벗들과 웃음꽃을 피우며 하하호호 걷는 분, 좌우로 몸을 흔들며 걷는 분,
정멀 여러 형태로 즐기며 운동하신다.
그때, 어느 노부부의 운동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노부부는 70대 후반정도로 보이시고 할아버지는 앞에서 등을 세우시고
아주 천천히, 아니, 한 걸음 한 걸음 정성들여 걸음을 옮기신다.
할머니는 약간 등이 굽으셨는데, 할아버지 뒤 두 발걸음 정도 떨어져 따라 걸으신다.
혹여 한걸음 좁혀질 듯 하면 조금 기다렸다 가시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아주 천천히 서로 배려하시면서 다정스레 한 번씩
뒤돌아 봐 주시며 운동하시는 모습이 정겹고 행복해 보였다.
노년에 나 또한 신랑과 저런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셋째 코스는 천장산이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강북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공기와 시원한 바람은 밑에서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운동하시는 분들을 위해 군데군데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고,
계단도 세심히 만들어져 있고, 운동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은 이곳에 왔었는데 무릎이 좋지 않아 가끔 한 번씩 온다.
갖가지 들꽃들이 계절마다 새롭게 피는 곳,
언제나 변함 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를 반기는 곳,
지치고 힘들 때, 쉼 없이 바위에 걸터앉아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곳!
아무 때고 내 시간에 맞추어 달려 갈 수 있는 곳, 천장산! 참 좋은 나의 벗이다!
먼 데 더 아름다운 곳도 많을 테지만 늘 내 가까운 곳에 있는 천장산이 고맙고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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