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에서의 감회
박 근 옥
오늘은 정상까지 가야지!
오랜만에 아름다운 산에 오르니 단숨에 계단까지 다다른다.
새 단장으로 만들어진 육백 개가 넘는 계단을 세며 오른다.
전에는 등산객이 잡고 올라가느라 구부러지고, 꺾이고,
속살이 드러난 나무들이 인제 새살이 돋을 것 같다.
‘소나무야, 이젠 살 좀 찌렴. 널 위해 계단을 만들었나보다.’
나무들과 이야기를 하며 앞사람들을 제끼고 정상에 우뚝 선다.
날씨가 화창하여 사방이 탁 트이고 한눈에 의정부, 왕숙천, 중랑천, 남산까지 다 보인다.
여기가 가장 높은 봉우리여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 계로왕을 아차산 아래서 죽이고 영토를 지켰다.
고구려 때의 유적지로 밝혀진 당시의 대장간, 마을유물 등을 발견할 수가 있단다.
세상을 다 넘볼 수 있는 이처럼 탁 트인 산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웅장하고 기세등등한 북한산, 도봉산, 자연과 인간의 생명줄인 한강은
서울시를 굽이굽이 돌아 많은 사연을 안고 말없이 흐르고
개미 줄지어가듯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 우뚝우뚝 솟은 아파트
어머니의 치마폭이 세상을 감싸 안은 듯 겹겹이 주름 진 산허리에 피어오르는 양털 같은 구름,
엷어가는 가을의 푸른 잎 사이로 붉은 옷 먼저 갈아입은 단풍이 등산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때 바위틈에 싸리꽃 향기가 날 다가오라 유혹한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작은 꽃들, 벌들에게 먹이를 내어주니
더 예쁘고 애처러워 보이는 보라색 작은 꽃, 난 옆에 앉아 묻는다.
‘왜 여기 홀로 피어나는지?’
지난 일 년을 돌아본다.
꿈같은 중학교, 입학식, 운동회, 엠티, 불국사문학기행, 시낭송,
천방지축 날뛰던 1년! 받아든 시험지에 그려진 붉은 지팡이들로 좌절하다가도,
가르치는 선생님께 죄송하여 고개를 들 수 없었지만 다시 용기 내어 지팡이를 친구하면서 그럭저럭 지낸다.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 간 일 년,
이젠 후배들도 믾이 들어와 뿌듯하고 잘 해야지 외롭게 피어난 싸리꽃과 약속을 하였다.
많은 걸 떠올리며 용마산에 아쉬움을 남기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고구려의 숨결을 느끼고 돌아왔다.
아차산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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