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리 엠티 마치고 돌아오면서
장 정 자
늦은 나이로 학교에 입학해서 엠티를 간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임원이 되어 엠티준비를 하는 과정에 있어
선발대에서 책임을 맡고 그 책임이 무거운 짐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그냥 어린애처럼 즐겁기만 했습니다.
엠티날이 되었을 때는 그동안 학교생활에 무리를 했던지 몸살로 인하여 많이 아팠습니다.
내가 맡은 일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이도 많으신 임미순 학우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많이 아파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으니 선발대에 합류해서 도와주실 수 있어요?"
말씀드리자,
"그럼 해야지, 학급일인데! 도와야지."
하시며 엠티장소에 도착해서 차가운 물로 야채를 씻으시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사랑으로 해주셨습니다.
용기를 내어 말씀드린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임원을 비롯하여 학우님들께서도 모두 다 똑같은 마음으로 잘해서
멋진 추억을 만들고자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도 맡은 책임을 잘 감당해야지 하는 마음에 메모장만 괴롭히며
내가 써놓고도 무슨 글자인지 못 알아볼 정도였습니다.
야학공부다 보니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게 되지만
자정이 지나고 새벽이 다가와도 학우님들을 생각하고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힘든 줄 몰랐습니다.
어떤 일에 있어서 나 혼자만 잘해서도 안 되는 일도 있지요.
임원들을 비롯하여 학우님들이 한마음이 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강물이 굽이굽이 흘러가면서 바윗돌에 부딪쳐 흐르는
0물줄기가 두 줄기로 흐를 수도 있고, 또 흐르다가
조그마한 조약돌에 부딪혀 아픈 상처를 입기도 할 것입니다.
학우님들께서 정성을 모아 넉넉하지 못한 엠티살림에 찬조금과 지원물품들,
또 따뜻한 말씀들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엠티동안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쓸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중1을 위하여 한마음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믿습니다.
임원이란 것이 개인의 감투가 아닌 학급을 위한 종노릇을 하는 어려운 자리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거센 비바람 소리도 스쳐가는 소리이려니 하고
빈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배우게 되었습니다.
동그라미 그리는 사람, 세모를 그리는 사람,
다 각자 개인적 성격과 생각 차이에서 나오는 말들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면 참 재미있을 줄 압니다.
그래요. 살아가면서 무관심처럼 무서운 형벌은 없다 하지요.
저에게 향하는 학우님들의 사랑하는 질타가 없었더라면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을 겁니다.
달리는 말에게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듯이 때로는 말 한마디가
쓴 약이 되는 것처럼 내 마음 또한 잠시나마 먹구름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이것 또한 나에게 주는 사랑의 채찍임을 알고는 한 번 더 뒤돌아 볼 줄 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를 알아가는 귀한 시간이었음을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번 엠티를 비롯하여 앞으로 우리들의 소중한 행사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학급 모두가 돌아가면서 한번쯤은 임원을 맡게 될 것입니다.
학우님들의 바라는 기대에 임원들이 부응하지 못하더라도
배려하고 용기를 주시고 서로 이해하며 사랑해 주실 줄 믿습니다.
우리 임원들도 열심히 잘 하려고 하였지만
결과는 이렇게 빈 수레바퀴 돌아가는 소리 밖에 낼 줄 모르게 되어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 학우님들의 아량과 협력으로 아름답게 선(善)을 이루고자합니다.
그리고 더 많이 잘 배워서 고개 숙인 벼이삭처럼 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대성리 엠티에서 여러 예쁜 추억을 마음에 많이 담아오셨을 줄 믿습니다.
모두 무사히 돌아온 것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 야학에서 공부하는 이 시간이 늦은 밤이지만
이 밤이 지나면 다시 떠오르는 태양처럼 학우님들과
임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화목하고
향기로운 꽃을 피어나가는 학생이 되었으면 합니다.
진정으로 모두를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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