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초(常綠草)
전직교사 김 병 석
상록,
그곳에 어머니의 꿈이 스민다
지금은 아스라히 멀어져
꿈에서조차 잃어버린
꿈이 깃든다
아현동 산동네를 내려와
구불구불
머얼리 남대문시장에 당도하면
열일곱의 수줍은 소녀는
공책 한 권 들고 있다
배고픔을 거리에 동냥하고
밤이 되어 돌아오는 길
눈빛은 가로등 되고
공책은 머리맡에 함께 잠든다
소녀의 꿈은 하루살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도 공책은 없다
하얀 눈물이 꿈을 녹여 대지를 적신다
꿈은 반세기가 지나
회기역 한 편에 움튼다
가나다라마바사
이이는 사 이삼 륙
소녀가 잉태한 꿈은
수십 명의 소녀를 본다
오늘도 명멸하는 형광등 불빛 아래
꿈은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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