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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사 십층석탑’의 메아리와 망우리 잠든 만해
권 길 선
지난 12월6일 포근한 날씨가 안내하는 대로
박용준 선생님과 종수 언니랑 친구 옥희와 함께
한용운 님의 숨결을 만나 느끼고 깨달았던 여행이 가슴에 남는다.
마침 우리 반이 졸업 ‘모의고사’를 보는 날이었다.
시험공부는 어떻게 하나 망설이던 끝에
‘다음에 더 열심히 하지’라며 걱정은 잠시 미루어 두자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이라 멍멍한 잠결에 막 나온 나보다
종수 언니는 역시 언니였다.
종수 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이것저것 넣어 가지고 와서 맛있게 아침을 먹게 해주었다.
내가 탐방 하기로 한 곳은 종로에 있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탑골공원이다.
이곳은 지난 1919년 3월 1일 전국으로 요원하게 번졌던
삼일운동의 진원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공원이다.
이 나라 일제의 암흑시기에 자신의 생명을 불사르시고
헐벗은 백성의 가슴에다 희망의 봄바람이 되어 독립만세는 들불처럼 번졌던 것이다.
또한 이 공원에서 선언한 “기미독립선언서”를 퇴고한 33인 서명자의 한 분이기 때문이다.
만해는 마지막에 자신이 첨가한 공약삼장에서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폭력을 배제하고 평화로 시위를 하자고 외쳤다.
탑골공원 안에 들어서니
처음 독립선언을 한 곳이라 그런지 나도 모르게 성지(聖地)에 서있는
숙연함에 고개가 숙여 진다.
세조 때에 건립된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나라 잃은 서러움과 같이 떨어져 있다가 8월15일 후에서야 복원된 것이라 하는데
그냥 지나치려는데 둘러보던 어르신 한 분이 “여기보다 저것을 보고 가세요.” 한다.
‘원각사십층석탑’이다.
탑골공원은 과거 원각사란 절이 있었던 곳인데
조선 세조 11년(1465)에 세웠다한다.
조선시대의 숭유억불정책 속에서도 중요한 사찰로 보호되어 오다가
1504년 연산군이 이 절을 ‘연방원(聯芳院)’이라는 이름의
기생집으로 만들어 승려들을 내보냄으로써 절은 없어지게 되었다.
이 탑의 높이는 약 12m이다.
탑을 받쳐주는 기단(基壇)은 3단으로 되어있고, 위에서 보면 아(亞)자 모양이다.
기단의 각 층 옆면에는 여러 가지 장식이 화사하게 조각되었는데
용, 사자, 연꽃무늬 등이 표현되었다.
탑 전체는 10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형태가 특이하고 표현방식이 풍부하여 훌륭한 걸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 '다음'에서 검색 인용 -
이 앞에서 독립운동가로서의 만해가 33인을 대표하여
최남선이 쓴 기미독립선언서를 퇴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모습을 동판부조로 나타낸 모습이 담을 따라 전시되어있다.
거기엔 입을 찢어 고문당하는 사람, 젊은 나이에 나라를 되찾겠다며
나섰다가 일본의 총칼에 쓰러지는 사람,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가는 모습들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려니 눈앞이 흐려졌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것도 이분들의 희생과 사랑이 밑거름 된 것이다.
이렇게 ‘선조들의 고통이 있어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다.
다시금 마음으로 새기며 자리를 떠나
다시 한용운 님이 잠들어 있는 망우리 공원묘지로 향했다.
완만하게 닦여진 망우리 공원묘지 ‘사색의 길’을 3킬로미터쯤 걸어 오르니
한용운 님의 묘소 안내비각이 나타난다.
그곳엔 많은 애국지사들이 묻혀있는 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한용운 님 부부가 나란히 잠들어 계셨다.
입구부터 한발 한발 딛고 올라가도록 돌계단이 놓여있고
잘 자란 나무들이 심심하지 않게 말동무를 해주고 있었다.
가지고 간 막걸리 한잔을 올리고
얌전히 절을 하고 내려오는 산속 공기는 상쾌하다 못해 구름 위를 내려오는 것 같았다.
죽어서라도 조국강토를 휘휘 돌아내리는
한강줄기를 보며 생전에 못 취한 휴식을 누리리라.
조국의 위대한 민족지도자인 만해 한용운 님의 면모를 통해 조국사랑의 마음을 다시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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