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과 노들야학
-‘공룡야학’에서 ‘특목야학’으로
전직교사 김 병 석
안내 : 이 글에는 교사모꼬지가 예시로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예시일 뿐, 이 글의 주된 얘깃거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혹 그 행사를 준비했거나 참여했던 일부 교사들을 힐난할 목적으로 쓰는 글이 아님을 명확히 해둔다. 즉, 나는 이 글을 통해 상록 전반적인 문제를 교사모꼬지라는 예를 통해 에둘러 일반화하고 있음을 밝힌다. - 필자-.
태안과 노들야학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지만 유독 상록에서는 냉정하리만치 찬밥신세였다는 점이다.
태안은 1월 8일부로 자원봉사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전라도 무안에까지 타르 덩어리가 발견될 정도로 국가적 비상사태에 견줄만한 위험도를 지닌 사건이었다.
국내 각지에서 봉사단체가 다녀갔고, 지난 연말에는 송년모임을 태안에서 함으로써 -
손님이 끊겨 생계를 걱정하는- 태안 주민들을 위로하자는 ‘대안봉사’가 생겨날 정도였다.
단순히 피서지를 잃은 우리와 달리 생활터전을 잃은 그들에게는 그만큼 절실한 생계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먹고만 와도 봉사가 되는 절박했던 태안의 상황은,
태안에서 송년모임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아이러니컬한 봉사 모델을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상록은 그런 태안 바닷물에 몸담기를 주저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 공식적으로 태안행을 주장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가 과문한 탓인지 보지 못했다.
아주 극소 인원만이 개별적인 태안행을 결행했을 뿐이다.
태안 주민이 하나 둘 자살로 그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애써 외면했으며,
전직교사 양신애 씨가 촉구하는 태안행에 관한 글을 보면서는
그저 전직교사의 안부를 물을 뿐 태안행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뼈아프다.
노들야학은 또 어떤가.
아마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분도 계시리라. 들어봤다 하더라도
‘노들야학은 갑자기 왜’라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게다.
상황은 이렇다.
노들야학은 장애 성인 야학으로 1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 학교 건물 임대료를 내지 못해 건물에서 쫓겨났고,
추운 겨울 그들은 대학로에서 개학식을 거행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중앙 일간지 대부분이 대서특필하면서 이슈화됐다.
그러나 상록에서는 노들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저 술자리에서 안주 수준에 머무를 대화가 한두 번 오갔을 뿐이다.
상록야학보다 더 어려운 환경의 야학은 무수히 많다.
우리가 그나마 그들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교사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나서가 아니요,
우리의 교수법이 훨씬 뛰어나서도 아니요,
우리가 엄청나게 많은 강의를 소화해서도 아니다.
단지 훌륭한 교장선생님이 상록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월 임대료(연간 약 1천8백만원 상회)는커녕
교사들의 힘으로는 에어컨에 들어가는 전기료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교사모꼬지를 다녀왔다.
모꼬지에 학교운영비와 교사회비로 40만원, 교장선생님 지원금 30만원,
총학생회 지원금 30만원, 개별적인 학생 지원금 20만원 등 무려 130만원의 지원금이 모였다.
반면 교사가 지출한 금액은 45만원이 채 되지 않아 지원금액의 1/3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모꼬지에 지출된 비용은 총 146만원으로,
1박2일 모꼬지에 참가자 1인당 약 7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썼다.
이 순간, 국회의원들이 혈세로 외유를 떠난다는 말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나 역시 그 모꼬지 참가자로서 책임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모꼬지 수입 내역 가운데 한두 개만 언급해보자.
학교운영비.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운영비는
구청에서 ‘교사야식비’라는 항목으로 제공되고 있기에 그 돈이 교사모꼬지에 사용되는 것이 문제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렇게 말한 교사 중에 과연 교사야식비가 한달에 얼마가 배정되는지는 알고
교사야식비로 쓸 수 있다고 말했는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정당한 재원이니까 문제 삼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한 번쯤 던져보고 싶다.
“혹 그 야식비를 추운 거리에서 떨고 있는, 노들야학의 투쟁을 위한 야식비로 기부할 의향은 없으신지?”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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