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의 봉사로 일년을 아우르며
나주시 폭설피해 인삼포 작업의 단상
박 용 준
우연한 기회에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에
폭설피해 재건 작업에 다녀왔다.
지난주 내린 폭설로 피해를 본 주민 돕기 봉사활동이었다.
그렇잖아도 신년새해 술로 찌들어 구겨진 삶을
솔향기 같은 청아한 일을 찾아 풀어내고자
글둥지문학회에서 15명이 태안군 십리포 기름제거를 기획했었다.
그러나 폭설로 작업이 마비되는 바람에
서해대교입구까지 갔다가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찾아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현지 주민의 전화를 받고 차를 돌리며 아쉬워했었다.
이런 참에 서울시청에서 주관하는 나주 폭설인삼포 철거작업은 바라던 일의 하나였다.
토요일을 낀 1박2일의 봉사기간은 적당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근무였다.
하는 수 없이 하루 연차를 내고 1월 4일 새벽 5시 30분 집에서 나와
6시 50분 미리 대기되어 있던 시청 앞 버스에 올랐다.
기왕 자원봉사라면 원하는 사람이 제대로 필요할 때
편하게 해주자는 주최 측의 계획에 따라 급하게 추진되었다.
이날 참가한 봉사자는 각 구청별로 3~10여 명 씩 120여 명이 버스 세 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4시간 반을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나주시에 도착해 보니
쌓인 눈은 이미 녹아 별로 없었지만,
내린 눈의 무게로 넘어진 인삼밭 지붕시설물이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현지 주인은 다된 작물이 당한 큰 피해 때문에 일손이 잡히지 않아
피해지를 정비하는 데는 손도 못 대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넘어진 시설물을 해체하고 들어내는 일이었다.
모처럼 옛날 농사짓던 경험을 떠올리며 쌩쌩 불어대는
영하의 바람소리를 위안삼아 손을 호호 불며 작업을 했다.
워낙이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하다보니 일은 부쩍부쩍 줄어갔다.
신년새해 모처럼 좋은 뜻을 가지고 모인 봉사자들이라
꾀를 내지 않고 수고한 덕에 삼밭주인들의 찬사도 얻어낼 수 있었다.
생면부지의 서울사람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내는 것을 본 주민들은
고구마를 쪄 내오든가 음료수를 사오든가 찾아와 일일이 감사의 인사도 해주었다.
더구나 올라올 때는 나주시 공무원이 참가자에게
쌀 2킬로그램씩 나누어주며 나주농산물을 이용토록 부탁도 하였다.
나주시는 원만한 구릉과 평야로 된 전형적 농촌이었다.
배와 인삼, 쌀과 여러 밭작물 등 골고루 경작하는 나주시는
일반 전업 농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구가 줄어 폐교가 된 학교를 개조한 펜션에서 자게 되었다.
그런데 천정에서 내리치는 위풍을 팔로 가린 채 거친 잠을 자면서도
마음만은 그 어느 훌륭한 호텔방보다도 따스하였다.
그동안은 봉사 그 자체를 전혀 남의 일로 여기고 내 한 일에만 매달려 살다가
새로운 분위기에서 땀을 흘려보니 마음도 후련하고
뭔가 큰 죄를 감해 받는 느낌도 있어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자주 나가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취미활동으로 건강과 정신을 닦는 것도 되겠지만
봉사라는 형식을 통해서도 충분할 듯싶었다.
우리 상록가족들도 우리 현실 하나로 만 만족하지 말고
나와 좀 멀어져 있는 또 다른 이웃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나누는 마음을 넓혔으면 좋겠다.
신년새해 무자년(戊子年)에는 우리 상록 모두 넓은 마음으로
호연지기를 기르자! 더불어 사는 삶을 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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