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애환사(哀歡詞) 1
김 복 례
차를 타고
전라북도 정읍시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을 향하여 달리다
저수지 아래 왼편으로 쌍치 가는 방향으로 부무실이라 하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이 마을은 다복소나무가 부채꼴모양으로
광산김씨 문중의 수호신인 듯 떡 버티고 있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
어릴 적 밤하늘의 별들은 매우 빛났고,
특히 북두칠성은 내가 움직이면 저도 따라서 같이 이동하는 것 같았다.
집 앞 개울에는 송사리와 새우들이 많았다.
또 해질 무렵에는 고동이 돌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 시간만 잡으면 한 사발이 된다.
시래기에 된장을 넣고 주물러서 밑에 깔고 새우를 위에 살짝 얹어
보글보글 끓이면 빨갛게 익은 새우는 아무리 작아도 등이 굽어 있다.
상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고동은 삶아서 방에 들여놓으면 식구들이
빙 둘러앉아 바늘로 빼먹으며 엄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꼭 돕는다.
한번은 싹 내려고 심어놓은 고구마를 몰래 캐먹은 아줌마가 있었다.
인분을 뿌려놓은 것을 몰랐다.
몸이 드럼통처럼 붓고 두 눈이 딱 붙어 장님처럼 되어버렸다.
아버지는 그 아줌마를 손수레에 싣고
6킬로미터가 넘는 읍내 병원에 가니 채독이란다.
병원비는 아버지 주머니를 모두 털어서 겨우 반이나마 내주고
사정이야기를 하니 병원 측에서 들어주질 않았다.
이에 아버지는,
“죽어가는 사람을 어떻게 내버려 두냐?”
고 오히려 병원에 대고 호통을 치고 데리고 나오셨단다.
집에 와서 녹두죽을 쑤어드렸더니 부기가 많이 빠졌다.
이렇게 우리 아버지는 정이 많으신 분이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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