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의 나들이
한 상 숙
아홉 명의 아즈매들이 바람을 쐬러 가자고 하루 날을 잡았다.
처음에는 점심을 거창하게 먹기로 하고,
우리 돼지 삼겹살을 사가지고 가 숯불에 구어먹자고 하였다.
그러다 마음을 바꿔 간편하게 각자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약속장소에 시간 맞추어 나와 일행과 만났다.
약 1시간 정도의 거리인 팔당 쪽으로 자동차는 달려가고 있다.
자동차 창문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배밭에 하얗게 배꽃이 피어
가슴 속에 소옥소옥 들어와 내 마음을 하얗게 덮는다.
꽃을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도 잠시
목적지에 도착 짐을 내려놓았다.
둘러보니 바로 앞에 조그마한 야산이 있고 그곳엔 쑥이 지천이었다.
‘호호 하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매연 풍기는 답답한 도시에서
꽉 막힌 빌딩만 바라보다 나왔으니 얼마나 달뜨겠는가?
서울에서 멀지도 않고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으니 더욱 신이 난다.
얼마나 지났을까?
쑥을 한보따리씩 안고 모였다.
점심시간이다.
각자 준비한 도시락을 펴니 임금님 수라상은 저리가라 진수성찬(珍羞盛饌)이였다.
배를 두드리며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옆에서 누군가 “지금까지는 눈, 코, 입이 즐거웠으니
인제 귀도 즐거워야 한다”고 하며 하프를 꺼내와 연주하였다.
우리들 모두 같이 노래를 부르며 즐겼다.
마냥 어린 아이처럼 어릴 적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동안 시간은 많이 지났다.
다시 강변 한 바퀴 돌기로 하고 서둘러 짐을 꾸렸다.
마음은 그 자리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강변을 돌아 어느 강가 공터 앞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오니
다시 강바람이 가슴속 심장까지 들어가 자리 잡는다.
‘좋아, 좋아’하며 바닥을 보니, 노란 민들레가 땅바닥에 짝 깔려 있는 게 아닌가!
자연의 신비로움을 항상 고맙게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노란 얼굴은 이리 저리 내밀며 피어 있는 민들레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문득 중학교 때 배운 소설‘옥상의 민들레’가 생각이 났다.
찬바람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아름답게 피어나는 민들레 카메라폰에 한 장 찍었다.
이렇게 따뜻한 봄도 벌써 지나고 있었다.
뭐라 해도 그날은 따뜻한 봄날의 즐거운 나들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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