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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함께 한 37년 - 김미경(652)
이름: 고릴라

등록일: 2016-06-17 08:02
조회수: 4161 / 추천수: 1689

2013년 미경동문 EBS수기당선작

함께 한 37년 전인교육의 전당 1

아래의 내용은 졸업생 미경동문께서 EBS에서 대상은 받은 수기 입니다.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정규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저는
늘 수심 가득한 그늘진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제 또래 아이들을 보면
마음은 늘 슬펐지만 누구에게도 학교를 보내 달라 ‘떼’ 조차 부릴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엄마는 살림을 꾸려갈 정신적 힘이 없는 분이셨고
아빠는 몸이 편찮으시고 다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오빠들이 둘 있었지만 오빠들 역시
가족을 돌볼만한 나이도 상황도 못 되었습니다.
오빠들은 방황이 심해 가출을 했고 자신들을 돌볼 여력도 없는 듯 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 14살! 저 역시 무엇인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만한
나이는 아니었지만 학교를 다니는 대신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공장을 다녀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공장을 다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제 마음 한쪽에서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공부를 해서 성공하고 부모님을 잘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생계를 꾸려가야만 했던 저는
아침 8시에 출근을 해서 저녁 8시까지 봉재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고
그 일은 제게 허기진 배를 채워 줄 수는 있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 눈에 들어온
야간학교 학생 모집 벽보는 저를 꿈꾸게 했고 가슴 벅차게 했습니다.

저녁 8시에 퇴근을 하는 제게 저녁 7시에 시작되는
야간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사회적으로 노동 운동이 한창 일어나던 시기였기에
드물게나마 6시에 퇴근을 하는 공장이 있었고
어렵게 6시에 퇴근을 하는 공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찍 퇴근하는 직장으로 이직을 하고 보니
월급이 줄어들어 어려운 가정 경제가 더 어려워졌지만,
배우고 싶은 제 열정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의 야간 학교 생활은 어렵게 시작되었습니다.

봉재 공장이 많이 있던 평화시장 근처에서는
근로자들의 시위가 자주 일어났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인력 시장이라는 것도 있던 시대였습니다.

공장을 다니던 사람들 중에서 의식이 깨어있는
몇몇 사람들과 위장취업을 해서 사회운동을 했던 대학생들이
의식을 함께하며 변화를 가져오는 사회분위기가 있었던 80년대 초였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야학들은 노동자들의 인권과 의식을
깨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제가 다녔던 야간학교는
순수하게 지식 습득과 상급 학교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입학하고 졸업하는 시기가 다른 학교들과는 달랐습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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