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천리 내밀면 손닿을 곳 5
박 용 준
- 중랑천 벚꽃길
봄이 되면 여기저기 산을 수놓는 게 진달래라면,
우리 가까이 들녘을 색칠하는 화가는 벚나무가 아닐까 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10여일 빠르게 꽃소식이 노크를 했다.
중랑천하면 과거에는 수해의 현장이라고 머리에 떠올랐지만,
지금은 벚꽃길을 연상하게 한다.
치수관리가 잘 된 점도 있지만,
일찍이 벚나무를 심어 가꾸기 시작하면서일 것이다.
별반 찾아갈 곳 없는 서민이
그나마 위안을 받을 곳이 벚꽃길만 한 데가 또 어디겠는가?
서울을 대표하는 벚꽃길로 여의도를 꼽겠지만
요즈음은 굳이 여의도를 고집하지 않고도
중랑천에서 실컷 누릴 수 있다.
특히 회기역에서 걷거나 마을버스로
10분만 가면 지천으로 피어난 벚꽃과 대하게 된다.
배봉산 초입부터 걷기를 시작해서
신설되는 겸재교, 장평교, 장안교, 군자교까지 걸었다.
4Km 50분정도를 걷고 돌아서서 걷고 총 8Km를 걸으며
좌우로 피어 휘어진 가지마다 사진을 찍느라 바쁜 탐방객들의 미소가 넘친다.
나중에 합류하기로 한 일행과는
아예 만남을 접어야할 정도로 꽃에 취해 걷다보니
나중에는 발이 많이 아파한다.
시간이 너무 늦었단 말로 꾀를 내고
나무 밑에 앉아 야경에 젖었다.
불 꺼진 가로등 아래 환하게 벚꽃의 정취를 받고 있자니
내 자신 어느 산중에서나 내려온 신선 같다는 고즈넉한 설렘을 맞보았다.
불법 노점들이 길을 막고 손님을 호객하거나
여기저기 음식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어
꽃냄새를 반감시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그렇지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장작에 군 닭과 불에 익혀 가뭇가뭇한 옥수수를 먹는 즐거움도 있겠다.
가족이나 친한 사람들이 어울려 한번쯤은 꼭 가보라 추천한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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