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께풀
고 27회 윤 상 옥
한여름이 어느 정도 지나는 즈음, 동네어귀에 풀밭이 있다.
찌께풀 칡넝쿨이 서로 엉켜 꽃 피우고,
열매 맺고, 나무 타고 올라간다.
소나무를 안고 바람에 잎이 춤을 춘다.
산수유나무 꼭대기에 올라 앉아 안방인양
차지하고 칡꽃을 아름답게 피운다.
하늘에 자랑이라도 하는가 보다.
넝쿨들 사이좋게 껴안고
사랑인가?
전쟁인가?
생존의 방법인가?
하지만 나는 낫 들고 가서 풀들의 사정은 아랑곳 하지 않고
풀밭을 가로질러 솜이불 말듯이 덩굴을 돌돌 말아 굴리고 나니 바닥이 보인다.
해님이 심술났나봐. 뜨겁게 내리 쪼인다.
땀이 이마에서 눈으로 구슬땀이 소나기 같다.
냉수를 들이키면서 풀과의 한바탕 씨름을 하고서
한쪽 구석에 조금 파고 무씨 한 봉, 배추 20포기 심었다.
이윽고, 열무 자라서 비빔밥 해먹고,
큰 열무 솎아 물김치 담가먹고, 무 뽑아서 김장하니
아삭하고 맛 나는 김치 입맛이 돈다.
덤으로 냉이도 잘 자란다.
달래도 있고, 아름다운 밭 하나 생겨서 향기 가득한 밥상이로다.
풀밭을 정리한 곳에 꽃밭으로 가꾸어 볼까 싶다.
행복을 안고 희망에 부풀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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