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이 분 만나뵙고 싶네요
이름: 길동이
등록일: 2003-09-06 22:33
조회수: 3743 / 추천수: 684
안녕하세요.. 이번 29회 신입생이며 중1 임시반장 권영희입니다.
먼저 헌신적인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정성에 저희들이 할 수 있는것은 서로를 아우르면서 함께 나름대로의 목표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겠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물론.. 지금은 술 한잔 먹고 글을 올립니다. -_-;
이럴 때 아니면 용기가 아니 생기고 술 먹을 때마다 행복을 느끼는 스타일이라서 감히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뭐.. 이해바랍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네여. --;
우연히 아래 기사를 인터넷 뉴스 검색에서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여러모로 선배님이시네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삶의 모습에서 동일감과 함께 가슴을 울리는 경외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정말 처음 쓰는 표현인데 존경심을 느끼게 되네요.
혹시 아래분과 연락을 할 수 없을까여?
[젊음이 세상을 바꾼다 ⑵] 삼성SDS 웹마스터 권세종씨，봉제공서 IT일꾼으로
[사회] 2001년 12월 17일 (월) 10:26
“잘 나온 사진은 제 E메일로 꼭 보내주세요.결혼정보 사이트에 등록할래요”
삼성SDS에서 웹마스터로 근무하는 권세종씨(26)는 시원시원해 보이는 인상 못지않게 유머도 많다.또 인사성 밝고 붙임성 많은데다 인간성까지 좋아 친구도 많고 팬(?)도 많다.그래서 회사 내에선 ‘마당발’로 통한다.이번 취재를 위해 과천 e-데이터센터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도중에도 지나가는 동료들과 인사하느라 사진기자가 꽤 애를 먹었을 정도다.
이같은 모습에서 권씨의 불우했던 과거를 떠올리긴 쉽지 않다.10년전만 해도 그는 초등학교 졸업장 밖에 가진 게 없는 봉제공장 공원이었다.3세때 부모님을 여의고 경북 영주에서 누나,할머니와 함께 살았다.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문배달을 해야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었다.초등학교 시절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누나와 라면을 끓여먹던 일.100원짜리 라면 한개를 사서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집에서 기른 파 한단을 통째로 넣어 양을 늘려 불린 라면을 누나랑 먹다 함께 울었다.
초등학교 졸업후인 90년 6월,서울에는 취직할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상경해 봉제공장에 취직했다.새벽엔 신문배달을 하고 낮엔 공장에서 재단보조 생활을 하면서 몇 푼 안되는 돈이지만 매달 생활비조로 영주에 송금하는 생활이 계속됐다.사춘기 시절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곁에 가족과 친구가 없다는 것.어느 여름날 공장서 만든 옷을 배달하다 유치원생 꼬마가 엄마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는 그냥 울음을 터뜨린 적도 있었다．
“이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면 분명 무언가가 날 기다리고 있다고 믿었습니다.그렇게 생각을 바꾸니 캄캄하던 앞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신문배달과 재단보조의 팍팍한 일상이 계속되던 93년 어느 날 그의 인생에 첫번째 희망이 다가왔다.신문을 배달하다가 ‘배움의 고통은 잠시지만 못배운 아픔은 영원하다’는 내용의 광고전단을 보고 회기동에 있는 상록야학의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 때부터 낮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공부하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됐다.하루 3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너무 피곤해 화장실에 쓰러져 잠든 경우도 많았고 추운 겨울날 너무 힘들어 울면서 신문배달을 한 적도 있다.당시 걸린 동상 때문에 요즘에도 겨울만 되면 귀와 발에 동상증세가 나타난다.또 영양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치아가 까맣게,벌겋게 변색됐다.하지만 어렵사리 부여잡은 첫번째 희망은 그를 지금까지 지탱해준 거름이 됐다.
“봉제공장 생활을 할 때부터 스스로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좋은 습관을 들이자고 다짐했어요.습관을 들이면 못할 일이 없다고 믿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 야학교사들을 통해 알려져 그해 연말엔 ‘서울시 청년상’ 효행예절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고,95년 11월 야학교사 도움으로 삼정데이타시스템으로 직장을 옮겼다.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 청소하고 심부름하는 사환으로 취직했지만 지난해 6월엔 국내 최고의 IT기업인 삼성SDS에 최연소 경력사원으로 당당히 입사했다.사환생활하며 고장난 키보드로 자판연습을 시작한 지 4년6개월만의 성공이었다.
야학에서의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야학입학 4년만인 97년 8월 중·고교 검정고시를 모두 통과했다.세탁소를 차리겠다던 그의 계획은 야학교사들의 만류로 바꼈다.대학생이던 야학교사들은 그에게 “대학에 가면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며 격려했고 서로 시간을 내 공부를 도와줬다.3차례의 수능시험을 치른 끝에 지난해 경희대 지리학과에 합격,꿈에도 그리던 두번째 소원을 성취했다.무작정 상경해 8만원짜리 월세방에 살다가 지금은 18평 아파트를 장만했다.또 봉제공장의 재단보조에서 일류 기업체의 정식 사원이 됐다.꼭 10년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모교사랑 사이트를 통해 초등학교 동창들을 서울에서 만났는데 무작정 상경하던 때가 떠올랐어요.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내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어느샌가 카운셀러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너무 뿌듯했어요”
권씨는 자신이 현재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취직시켜준 신이문파출소의 경찰관,대학진학을 도와준 상록야학 교사들,컴퓨터 공부를 지원해 준 삼정데이타시스템의 사장님 때문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하지만 그보다 더 분명한 것은 그가 가만히 앉아 기다렸다면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다.결국 그를 오늘에까지 이끈 것은 그 자신이었고 그의 희망이었다.
“제 삶의 3가지 희망 중 마지막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겁니다.29세가 되면 한의사 공부에 도전할 생각입니다.계속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그의 눈빛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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