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자장가
고 19 김 영 영
오늘도 아내는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왔다.
다른 날 보다 유난히 피곤해 보여서 대충 씻고 쉬라고 했다.
아내는 자리에 눕자 이내 잠이 들었는지 우렛소리를 내며 코를 고는 것이었다.
평소 답답하다며 항상 방문을 열어두고 잠을 잤는데 오늘은 더 심했다.
그 바람에 거실에서는 텔레비전소리도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살며시 일어나 방문을 닫고 30분쯤 후 보던 프로그램이 끝나자
나도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시끄러워서 참지 못하고 일어나 앉아서 코를 쥐려고 하다 멈칫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겨우 마무리 하고 곤하게 자는데 깰까봐 차마 못할 짓이었다.
집안일에 밖에 직장일에 심신이 많이 고단했을 것이다.
전에도 가끔은 코를 골았지만 이처럼 천둥소리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한가 보다.
중년 후반기에 들어 선 아내, 세월이 어찌 가는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남편의 병원비에 자식 학비걱정 살얼음판을 용케도 건너왔다.
고비를 넘기며 지금까지 잘 참아온 아내지만 요즈음은 이곳저곳 결리고 쑤시고,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면서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입에 신음과 푸념을 달고 산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하며 친정 한번 마음 놓고 가지 못하고,
호강대신 고생만 하며 살아온 25년 동안 변변한 보약 한 재 지어주지 못했다.
강철로 만든 몸이라도 배겨내지 못할 것인데 용케도 견뎌냈으니…….
곤히 잠든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통통하고 예뻤던 손은 그 세월을 못 버티고 까칠까칠한 목욕타월 같은 손이 돼버렸다.
이런 아내가 내 옆에 없었다면 나 역시 없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내의 건강은 내가 챙겨보리라.
만약 코 고는 소리 대신 앓는 소리를 낸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천둥소리든 포탄 터지는 소리든 좋으니 제발 아프지만 말아달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 드린다.
2005년 11월 어느 날 늦은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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