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
고22 황 민 주
마음의 녹음이 붉게 물들면 나는 이름 모를 설레임으로 마음이 분주해진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무작정 차를 몰고 나섰던 그날.
단풍잎은 빠알갛게 옷을 갈아입었고,
노오란 은행잎은 낙엽이 되어 한 잎 두 잎 바람에 날리던 늦가을의 오후,
세 시간을 달려 엄마가 계신 영주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빨리 엄마가 보고 싶은 마음에 초인종을 누를 새도 없이
평소 습관대로 문을 발로 차면서 엄마를 불렀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시간에도 외출을 하셨을 리도 없고,
평소에 자주 아프셨던 엄마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전화를 하지 않고 온 나를 탓하며
엄마의 휴대폰으로 번호를 누르는 순간 너무도 초췌한 모습으로
겨우 문을 여시는 엄마의 모습에 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마음에 고통이 많아서 제대로 한번 웃는 엄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막내딸을 보시면 입가에 미소가 가득 하시던 엄마였는데
몇 달 못 뵌 사이에 엄마는 그 미소마저도 잊으신 것 같았다.
가슴은 큰 돌덩이가 누르는 것처럼 아파왔고,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근처 식당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밤이 늦도록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만 잠이 들었나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가느다란 흐느낌소리.
내가 깰까봐 주방에서 울고 계시는 엄마의 모습에
난 내 몸에서 모든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늘 눈물로 세월을 보내신 엄마라 그냥 모른 척 할까 잠시 고민 하다가,
“엄마, 왜 그래?”
하며 약간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엄마는 너를 만나서 좋아서 눈물이 난다고만 하실 뿐이었다.
그렇게 눈물로 세월을 보내시던 엄마가 저 세상으로 가신 지 며칠 후면 2년.
엄마를 닮은 딸이라서 엄마의 그 눈물을 물려받아서
나 역시도 자주 눈물을 흘린다.
엄마처럼 아이들이 보지 않는 장소에서.
내가 엄마의 눈물이 보기 싫었듯이 내 아이들도
이 엄마의 눈물이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이제는 할 수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좋으니
엄마의 그 눈물을 다시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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