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마당
단상(斷想) 1
박 용 준
출근시간이다. 오늘도 첫차 전철이 들어오기에 미끄러지듯 뛰어 들어갔지만 결국 비좁게 서서 가게 되었다.
서서 있기가 좀 불편해서 경로석에 가 앉는다.
나도 최근엔 부쩍 빈자리가 없나 찾게 되고, 누구 일어서는 사람 없나 두리번!
조금 있으니 나보다 조금 위인 노인이 탔다.
경로석에 앉아 양심으로 속 끓이던 나는 일어나 자리를 양보한다.
노인이 대화를 하는 것을 들으니 나보다 스무 살이나 더 위이면서 젊어 보이는 노인이다.
올해 환갑이 되었다.
나이 든다는 게 내키지는 않았어도 서럽다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아귀다툼 살아오다 보니 이런 나이까지 온 것이다.
환갑, 피곤할 때는 경로석이 욕심도 나지만 감히 그 자리는 쳐다볼 생각은 못 한다.
한가한 시간대에는 마음에 닿는 자리에 앉을 때도 있다.
정류장을 지날 때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들어찬다.
내 옆에는 누가 앉을까 순간 호기심이 들지만 정작 다른 자리에 다 차도록 내 옆자리는 비어있다.
서글픈 나이다.
거리마다 굽이굽이 계곡 같은 삶에 주름 파인 형님,
불어오는 인생바람에 흰머리 몇 올 남지 않으신 형님,
고령 사회 현실 속에 나도 그 길을 달린다.
어릴 적 떠오르는 기억으로는 남자어른 40이면 노인이었고,
50만 되어도 일도 하지 않고 삽자루 뒷짐 쥐고 논 물꼬나 보았다.
60환갑이 된다면 장수하신 분이라고 자손들이 축하하고 잔치를 베풀었다.
노령화 사회, 인제는 무엇이고 자신의 일을 준비해서
누추하지 않게 세상을 밝혀갈 방향을 찾아야겠다.
아직 이렇다 할 노년 청춘을 위해 아무것도 마련하지 못한 채, 부모님 받들어드리고,
자식들 뒷바라지에만 휘달려온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처한 환경에 적응해야겠고,
한 가지 나만의 일거리를 찾아야겠고,
아내와 곁에서 눈을 맞추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겠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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